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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일찍 종영된 미드 - 4 / 카니발 (Carnivàle)

킬러비 2020. 5. 27. 13:41

시즌제 TV 시리즈를 자주 챙겨보는 사람들은 알 거다. 자기가 좋아하는 TV 시리즈의 결말을 보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왕좌의 게임의 결말이 얼마나 기대를 빗나갔든, 로스트의 결말이 얼마나 허무맹랑했든, 자신이 챙겨보는 TV 시리즈의 허접한 결말을 볼 기회조차 받지 못한 이들과 비교하면 결말을 맺은 시리즈의 팬들은 선택받은 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나도 한참 보던 시리즈가 여러 가지 이유로 일찍 종영되는 경우를 수도 없이 봐 왔다. 그런 시리즈는 항상 내 마음속에 아픈 손가락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 중에 제일 쓰리고 아픈 손가락 몇 개를 하나씩 소개하고자 한다.

 

리스트를 소개하기 전에 먼저 너무 일찍 우리 곁을 떠난 모든 시리즈들의 명복을 비는 바이다.

 

 

 

 

카니발 (Carnivàle) / 2 시즌 (2003-2005) / 방송사: HBO

줄거리

대공황 시대인 1930년대, 모래폭풍이 시도 때도 없이 몰아치고 질병이 창궐하는 대초원지대를 배경으로 선과 악의 대립을 담은 판타지 드라마. 어머니의 죽음 뒤, 도망자가 된 십 대 소년 벤 호킨스는 매니지먼트라고 불리는 정체불명의 존재가 이끄는 수수께끼의 유랑 서커스단에 합류한다. 벤은 각자 특별한 능력을 보유한 유랑단 멤버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자신의 초현실적인 힘을 다시 일깨운다. 한편, 수백 마일 떨어진 곳에서 복음을 전파하는 목사가 종말의 세계를 보여주는 비전을 경험한다. 벤과 목사는 앞으로 각자 강력한 빛과 어둠의 존재가 되어 인류의 운명을 건 대결을 펼치게 된다.

 

뒷이야기

카니발을 처음 집필한 다니엘 노프(Daniel Knauf)는 원래 영화로 만들 생각으로 카니발의 시나리오를 썼지만 점점 분량이 길어지는 바람에 TV 시리즈 제작으로 눈을 돌렸다. 원래는 3부작으로 기획된 이 이야기는 1부를 2 시즌으로 풀어서 총 6 시즌까지 제작할 생각이었지만, 2 시즌의 저조한 시청률 때문에 캔슬되고 말았다.

 

카니발의 파일럿 에피소드를 21일 동안 촬영한 뒤에, 이야기 수정 작업을 위해 촬영은 14개월이나 연기됐다. 원래는 목사 저스틴(클랜시 브라운) 캐릭터는 벤의 카니발 스토리라인이 진행되는 중간중간에 잠깐씩 등장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그렇게 해선 목사 저스틴의 이야기를 제대로 풀어갈 수 없다고 생각한 제작진은 아예 목사 저스틴의 스토리라인을 벤의 이야기와 분리시켜 따로 진행시키기로 한다. 이 과정에서 저스틴의 여동생 캐릭터가 추가됐고, 벤과 저스틴의 이야기가 각기 따로 진행되는 이야기 구조가 탄생했다. 벤과 저스틴 캐릭터가 실질적으로 처음 만나는 건 2 시즌의 마지막 에피소드다. (그 전에는 환영 속에서만 서로 만난다.)

 

음울하고 기괴한 분위기가 시리즈 전체를 지배하며 서커스단의 독특한 캐릭터들도 흥미롭다. 주인공 벤을 연기한 닉 스탈(Nick Stahl)은 신시티 터미네이터 3’에 출연했다. 서커스단 단장인 삼손(Samson)을 연기한 마이클 J. 앤더슨(Michael J. Anderson)’ 때문인지 몰라도, 가끔 데이비드 린치 영화의 분위기가 나기도 한다.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는 클랜시 브라운(Clancy Brown)’이 연기한 목사 저스틴이다. 어둠의 계시를 받아 점차 악의 존재로 변해가는 그의 모습은 드라마를 본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머릿속에 강렬하게 남아있다.

 

삼손을 연기한 마이클 J. 앤더슨
목사 저스틴을 연기한 클랜시 브라운 (위) / 벤을 연기한 닉 스탈 (아래)

 

종영

HBO는 다른 황금 시간대 시리즈와 동일하게 광범위한 홍보 활동을 펼쳤고, ‘섹스 앤 더 시티의 시리즈 최종 에피소드 뒤에 카니발 시리즈의 첫 에피소드를 방영하여 시청자 확보에 힘썼다. 첫 에피소드는 530만 명의 시청자를 불러모아 당시 HBO 최고의 데뷔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2화부턴 350만 명 정도로 떨어졌다. 그래도 시즌 1 동안에는 평균 350만 명 정도를 유지해서 시즌 2까지 계약을 했지만, 시즌 2에선 시청률이 평균 170만 명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시청률보다 더 큰 문제는 제작비에 있었다. 당시 카니발의 평균 회당 제작비는 2백만 달러로 HBO에겐 아주 큰 부담이었다. 결국 시즌 3 계약을 앞두고 제작비를 낮춰줄 것을 요구했지만 다니엘 노프가 거절하면서 시리즈가 캔슬되고 말았다.

 

당시에는 HBO가 시리즈가 결말을 맺기 전에 캔슬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시리즈가 계속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취소 결정이 내려지면서 골수팬들의 반발이 엄청났다고 한다. 시리즈 캔슬 반대 청원도 진행됐고 HBO로 항의 메일도 빗발쳤다.

 

시리즈가 캔슬된 후, 다니엘 노프는 나머지 이야기를 소설이나 만화의 형태로 이어서 결말을 볼 수 있게 판권을 풀어달라고 요청했지만 HBO에서 거절했다. 그 대신 2시간 짜리 TV 영화로 나머지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것을 제안했지만, 시즌 4개에 걸친 48시간 분량의 남은 이야기를 2시간으로 담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다니엘 노프는 그 제안을 거절했다.

 

스트리밍

Amazon Prime Video와 HBO Now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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