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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일찍 종영된 미드 - 1 / 루비콘 (Rubicon)

킬러비 2020. 5. 27. 13:30

시즌제 TV 시리즈를 자주 챙겨보는 사람들은 알 거다. 자기가 좋아하는 TV 시리즈의 결말을 보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왕좌의 게임의 결말이 얼마나 기대를 빗나갔든, 로스트의 결말이 얼마나 허무맹랑했든, 자신이 챙겨보는 TV 시리즈의 허접한 결말을 볼 기회조차 받지 못한 이들과 비교하면 결말을 맺은 시리즈의 팬들은 선택받은 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나도 한참 보던 시리즈가 여러 가지 이유로 일찍 종영되는 경우를 수도 없이 봐 왔다. 그런 시리즈는 항상 내 마음속에 아픈 손가락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 중에 제일 쓰리고 아픈 손가락 몇 개를 하나씩 소개하고자 한다.

 

리스트를 소개하기 전에 먼저 너무 일찍 우리 곁을 떠난 모든 시리즈들의 명복을 비는 바이다.

 

 

 

 

 

Rubicon / AMC

 

루비콘 (Rubicon) / 1 시즌 (2010) / 방송사: AMC

줄거리

American Policy Institute라는 국제 싱크탱크에서 정보분석가로 일하고 있는 윌. 9년 전 911 테러로 아내와 딸을 잃은 뒤부터, 같은 날 발행되는 여러 신문의 십자말풀이의 패턴을 분석해서 자신의 멘토에게 매번 보고한다. 그러던 어느 날, 눈에 띄는 패턴을 보고하는데 다음 날 멘토가 사고로 목숨을 잃고 만다.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눈치챈 윌은 점차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깊은 음모 속으로 빠져들고 만다.

 

뒷이야기

루비콘은 TV 작가인 제이슨 호위치(Jason Horwitch)가 ‘대통령의 음모(All the President's Men)’, ‘코드 네임 콘돌(Three Days Of The Condor)’, ‘암살단(The Parallax View)’와 같은 음모 이론을 다룬 정치 스릴러의 영감을 받아 시작한 시리즈다. 특히 이들 영화의 차분하면서도 복잡한 전개가 드라마 속에도 잘 녹아 있다. 하지만 제이슨 호위치는 쇼러너로 파일럿 제작한 뒤, 시리즈 방향에 대한 방송국과의 의견 차이 때문에 하차하고 프로듀서인 헨리 브롬웰(Henry Bromell)이 그 뒤를 이어받아 본격적인 시즌 제작에 돌입했다. 제이슨 호위치는 음모 이론 중심의 이야기로 시리즈를 풀어가기를 원했지만 방송국 측에선 주인공 ‘윌 트래버스’가 몸담고 있는 기관 내에서 벌어지는 인물들 간의 관계에 좀 더 초점을 맞추길 원했다고 한다. 결국 제이슨 호위치가 하차하면서 다양한 부분이 바뀌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원래 주인공 ‘윌 트래버스’가 몸담고 있는 직장이 민간 싱크탱크에서 민간 정보기관으로 바뀐 점이다. (두 기관의 차이점을 짧게 설명하면, 민간 싱크탱크는 정책 현안에 대한 전문지식을 제시하고 정부나 의회의 정책 결정 과정에 입김을 행사하는 정책연구기관을 말한다. 민간 정보기관은 고객의 요청에 따라 공개적인 정보 수집 기관이나 타 정부 기관으로부터 정보를 수집, 분석, 이용하는 기관이다. 일부 민간 정보 기관은 고객을 위해 불법적인 방법으로 정보를 수집하기도 한다.)

 

(왼쪽부터) 크리스토퍼 에반 웰치, 제임스 뱃지 데일, 로렌 호지스, 달라스 로버츠

 

 

루비콘은 느리고 별다른 액션이 없는 전개로 혹평과 호평을 동시에 얻었다. 하지만 그런 전개 때문에 미국 저널리스트인 데이비드 A. 안델만은 ‘세계 정책 저널’에 기고한 자신의 기고문에서 루비콘을 “정보 분석 과정을 가장 현실적으로 그린 작품”으로 꼽기도 했다.

 

주인공 윌 트래비스 역할을 맡은 제임스 뱃지 데일(James Badge Dale)은 이 드라마가 제작되던 당시 약 30세의 풋풋한 나이로 자신이 감당하기 힘든 음모에 휘말린 정보분석가의 모습을 매력적으로 표현해냈다. 특히 평범한 듯하면서도 지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그의 외모는 다양한 정보를 넘나드는 이 드라마의 이야기에 잘 어울린다.

 

제임스 뱃지 데일

 

종영

AMC는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대대적으로 루비콘을 홍보했지만 시즌 내내 저조한 시청률을 면치 못하고 끝내 캔슬됐다. 2010년 10월 17일, 1 시즌의 마지막인 13번째 에피소드가 방영됐고, 그로부터 2주 뒤에 AMC는 ‘더 워킹 데드’ 시리즈 방영을 시작했다. 파일럿 에피소드는 5백3십만 명이 넘는 시청자를 끌어모으는 대박을 터뜨렸고, 그로부터 10일 뒤에 루비콘은 조용하게 캔슬됐다.

 

스트리밍

AMC의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인 AMC Premiere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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