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일찍 종영된 미드 - 3 / 트로피 와이프 (Trophy Wife)
시즌제 TV 시리즈를 자주 챙겨보는 사람들은 알 거다. 자기가 좋아하는 TV 시리즈의 결말을 보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왕좌의 게임의 결말이 얼마나 기대를 빗나갔든, 로스트의 결말이 얼마나 허무맹랑했든, 자신이 챙겨보는 TV 시리즈의 허접한 결말을 볼 기회조차 받지 못한 이들과 비교하면 결말을 맺은 시리즈의 팬들은 선택받은 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나도 한참 보던 시리즈가 여러 가지 이유로 일찍 종영되는 경우를 수도 없이 봐 왔다. 그런 시리즈는 항상 내 마음속에 아픈 손가락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 중에 제일 쓰리고 아픈 손가락 몇 개를 하나씩 소개하고자 한다.
리스트를 소개하기 전에 먼저 너무 일찍 우리 곁을 떠난 모든 시리즈들의 명복을 비는 바이다.
트로피 와이프 (Trophy Wife) / 1 시즌 (2013-2014) / 방송사: ABC
줄거리
‘트로피 와이프’는 젊고 매력적인 여자가 자녀가 셋이고 전 부인이 2명이나 있는 나이 든 남자와 결혼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은 좌충우돌 가족 코미디다.
** 트로피 와이프(Trophy Wife)는 “사회적·경제적으로 성공한 중장년 남성들이 몇 차례의 결혼 끝에 마치 부상(副賞)으로 트로피를 받듯이 젊고 아름다운 전업주부, 즉 아내를 얻는다는 뜻에서 지어진 명칭”이다. (두산백과 발췌) 이 시리즈에선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트로피 와이프로 오해를 받는 상황을 담은 제목으로 쓰였다.
뒷이야기
영화 ‘해롤드와 쿠마’, ‘왓치맨’, ‘램페이지’ 등의 작품에 출연한 ‘말린 애커맨(Marlin Ackerman)’이 나이든 남자와 결혼하는 주인공, ‘케이트’ 역할을 맡았다. 가볍고 유쾌한 시트콤인데 말린 애커맨을 비롯한 다양한 캐릭터들의 개성 넘치는 앙상블이 보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든다. 특히 나이든 남편 피트의 세 자녀 캐릭터가 각자 개성도 넘치고 아역 배우들의 연기도 어색함이 전혀 없다. 모범생 첫째 딸과 어리바리 둘째 아들 워렌은 피트와 그의 첫 번째 부인 다이앤 사이에서 낳은 자녀들이고 셋째 아들 버트는 피트와 두 번째 부인 재키가 갓난아기 때 중국에서 입양한 아이다. 매사에 칼 같은 첫째 부인 다이앤과 자유로운 영혼인 둘째 부인 재키도 시리즈에 고정으로 출연하는 주요 캐릭터이며, 현재 부인인 케이트는 이들과 예기치 못한 우정을 쌓아간다. 이처럼 현실에선 이루어지기 힘든 조합의 캐릭터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웃음을 자아낸다. (이런 캐릭터들로 코미디가 아닌 정극 시리즈를 만들었다면 사랑과 전쟁급의 막장 드라마를 술술 뽑아낼 수 있었을 것 같다.)
그래도 뭐니 뭐니 해도 이 시트콤의 스타는 말린 애커맨이다. 젊고 매력적이지만 단순하고 순수한 면을 갖춘 케이트를 무리 없이 연기했다. 이 캐릭터에 대한 일말의 부정적인 요소도 날려버릴 수 있을 만큼 밝고 해맑은 미소도 압권이다. 스웨덴에서 태어나 2살부터 캐나다에서 자란 애커맨은 2009년 잭 스나이더의 ‘왓치맨’에서 ‘실크 스펙터’ 역할을 맡으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종영
대중과 평론가들의 반응은 상당히 호의적이었고 시청률도 그리 저조한 편이 아니었는데도 ABC에서 시즌 2 계약을 고사했다. 처음부터 주목을 받지 못하는 시간대에 배정되어 팬들의 불만도 많았다고 한다. 그와 더불어, 요즘은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기는 ‘트로피 와이프’라는 제목 때문에 사람들의 외면을 받았다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제목에 대한 이런 혹평에 대해 이 시리즈의 총괄 프로듀서였던 리 아이젠버그는 시리즈를 시작할 당시에 ‘트로피 와이프’란 제목은 반어적인 표현으로 쓰인 것이며 앞으로 케이트가 트로피 와이프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에 집중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스트리밍
트로피 와이프는 한국에서 공식적으로 방영한 적이 없다. 현재 한국에선 볼 수 없는 미국 ABC 스트리밍 서비스에 올라와 있다. 그런데 네이버의 한 미드 관련 카페에 1 시즌 22개 에피소드가 전부 영문 자막과 함께 올라와 있다. 대화 내용도 그리 어렵지 않고 배우들 말도 빠르지 않아서 영문 자막과 함께 보면 영어 듣기가 부족한 사람도 큰 무리 없이 볼 수 있을 듯하다.